1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4달 이상을 격리와 봉쇄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제 창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다른 승객들은 일반 택시를 타고 자유롭게 귀가하였습니다. 분명 규정은 그게 아닐텐데…… 중국에 밉보이지 않으려고 굳이 자청해서 격리호텔에 와서 소독약으로 샤워를 하고 입실했습니다. 입실하기 까지도 순탄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정보를 방역 앱과 매칭시키자니 여권으로 매칭이 어려웠고 항상 극적으로 해결이 되면서 겨우 입실에 성공하고 안도하였습니다. 환대해 주는 꽃바구니엔 감격하였습니다.(01) 이제 상하이를 탈출한 게 맞습니다. 앤 헤서웨이가 배웅을 제대로 해 준 듯 합니다. (02)

호텔에 들어오니 시간되면 밥 주고, PCR검사하는 반복입니다. 특히 아침에 주는 간단한 식사에 만두 같은 게 있으니 꼭 ‘올드보이’가 된 기분입니다. (03) 마취가스를 살포하지도 않았을 텐데 잠만 옵니다. 멍하게 핸드폰으로 중국 성형외과 홍보물을 보다가 잠이 확 달아납니다. 길게 자른 턱뼈 사진으로 홍보를 합니다. 마치 그게 진리인 듯, 제게도 그렇게 자를 수 있냐고 물었던 어린 병원사장의 무례함도 떠올라서 언짢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형태로 자르는 것에 반대합니다.

예전 저희 선배님 시절엔 응급실에서 턱뼈를 다쳐서 오는 환자를 두고 성형외과와 치과의 다툼이 흔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 여기기도 했지만 응급실에서 다퉜던 의사들은 월급 받는 사람들이라 밥그릇 싸움 아닙니다. 서로 겹치는 영역이 있으니 자존심을 두고 그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턱뼈는 얼굴의 한 부위이기도 하고, 또 치아가 박혀있는 조직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윤곽수술이 어머어마하게 무섭고 큰 수술은 아닙니다. 뼈를 자르다 보니 그렇게 인식될 뿐이죠. 양악수술은 교합이라는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성형외과는 교정과와 협업을 합니다. 중국에서는 윤곽수술과 관련한 규정이 더 엄격합니다. 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의 제한이 분명합니다. 많지 않은 병원들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그러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홍보물에 세뇌되어 그것이 진리인 듯 숭배하고 있습니다. 하긴…… 그렇게 뼈를 자르기 위해 박리를 많이 하고 그러면서 연부조직의 쳐짐이 생기니, 그동안 제가 했던 리프팅 환자들처럼 젊은 환자들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쁘진 않습니다.

‘오, 너 얼굴뼈가 이쁘구나!’, ‘얼굴뼈가 작은데?’ 라고 칭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목표는 얼굴입니다. 얼굴뼈 수술을 하더라도 그 수술로 인해 변화를 보여야 하는 것은 얼굴입니다. 그 큰 얼굴에서 얼굴뼈 수술을 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얼굴뼈 볼륨은 정말 적습니다. (04) 그걸 아무리 길게 잘라내더라도 말입니다. 특히 뼈 볼륨과 형태의 변화,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연부조직의 변화도 당연 고려해야죠. 차은우 같은 세기의 미남도 옆에서 보면 사각턱 있습니다. 그게 더 멋있죠. 턱뼈가 엄청 작아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결국 심미안으로 환자에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성형외과 의사의 역할입니다.

비록 말은 안 통하는 이 곳이지만 저 하나라도 이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압구정 성형거리에서 제일 늦게 퇴근하며 느꼈던 뿌듯함을 이 곳에서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한국 성형 ‘올드보이’의 저력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배가 고파집니다. 그저께 용감하게, 인생 처음으로 도전했던 취두부가 그립습니다.(05) I’m still hung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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