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이었습니다. 오늘 병원에서 ‘의사절’이라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홍바오에 든 돈에도 놀랐습니다. 나이대로 준 것인지 꽤 많았습니다. 중국에 ‘의사절’ (医师节)이 도입된 지는 5년째라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만들어진 기념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한국에선 이국종 교수님 정도의 희생과 헌신을 보여주지 않으면 의사는 늘 기득권 세력에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사람들로 여겨집니다. 성형외과 의사의 이미지는 바람둥이에 탈세하는 놈들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의사들은 평균 도덕 이상에, 정말 일 밖에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런 행사를 접하고 적지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도 늘 잘난체 하지만 수술후 조마조마하게 살아가고, 그러다 환자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감동하는 의사거든요.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평소 올라가지도 않던 수술후 회복실에도 가 보았습니다. 괜히 좋은 의사가 된 듯 해 뿌듯합니다.

회복실, 수술실을 다니다 보니 중국의 병원들이 예전과 달리 참 좋아졌단 생각이 듭니다. 늘 느끼는 아쉬운 마음은 담배, 환자도 직원들도 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학부시절 제 지도교수님이셨던 ‘암박사’ 박재갑 교수님께서도 그렇게 금연을 강조하셨는데, 저도 이 곳서 금연운동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저는 중국말을 할 줄도 모르는 한국의생이라…… 포기해야 겠습니다. 그냥 제가 할 줄 알고, 잘 하는 거에 집중하겠습니다.

10일 후인 28일엔 이 곳 창사 지역에 처음으로 미용 성형 학회가 개최가 됩니다. 저는 xc wang 선생님의 권유로 중국말을 못해도 연자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 사투리를 알아들을 분이 없다는 마음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건 역시 일입니다. 그래도 이 야심한 밤에 이문세, 이승철, 그리고 김필의 노래가 나오니 참 알흠다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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