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호사여행의 끝판왕이었습니다. 대협곡->황룡동굴->보봉호를 여행하는 동안 최고의 유리다리를 혼자 건너고, 48인승 배에 혼자 타고 다녔습니다. 제 생애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듯 한데, 사실 다시는 없어야 하죠. 아무튼 즐거웠습니다.

장가계 여행에서 대협곡은 가장 멀리 위치하여 그 곳으로부터 안으로 들어오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대협곡 사이를 잇는 유리다리는 2016년 개장하여 과거 장가계를 여행하신 분들은 방문하지 못하였을 겁니다. 이 유리 다리는 최고높이에 있는 최장의 유리 다리입니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유리다리에서 절경을 보노라니 ‘선곈가 불곈가’ 헷갈렸습니다. 자연과 시간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이런 어마어마한 유리다리를 건설한 인간의 힘도 대단합니다. 다리가 흔들리지 않으니 아래로 바닥이 보이는 유리 다리라도 전혀 무서운 느낌이 없었습니다. 260미터 번지점프는 비용이 60만원이나 하였습니다. 세계 최고라니 그럴 만 합니다. 유리다리를 건너 대협곡의 아래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약 1시간여 트래킹 코스로 이어집니다. 아픈 사람이 와도 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코스인 황룡동으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택시는 잡히지 않고 처음 버스를 놓쳐 1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비도 오는데 그냥 내일을 위해 숙소로 갈까 했지만 끝내 버스를 탔습니다. (한국부터 포함해서 버스는 타 본지가 20년 가까이 되는 듯 합니다.) 황룡동굴에 가는 걸 포기할 까 했던 이유중 하나는 그냥 종유석 동굴이겠거니 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와보기 잘했습니다. 외계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었습니다. 아시아 최대의 종유석 동굴이라고 합니다. 물방울이 떨어져서 종유석, 석순이 되는데 저도 저 물방울을 맞으면 키가 크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1mm 자라는데 10년이 걸린다니 포기하겠습니다. 이 곳엔 19미터에 달하는 석순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 분 나이가……저는 용 의자에 앉아서 제 호사로움을 만끽했습니다.

아름다운 황룡동굴에서 보봉호로 향했습니다. 보봉호는 인공호수인데 그 깊이가 72미터에 달합니다. 배 운전해 주시는 분, 안내하시는 분 외 저 혼자 탔습니다. 그런데 좀 가니 강 건너서 남자가 등장하여 노래 불러주고, 또 좀 지나니 여자가 노래 불러주었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여행을 강행한 제 선택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허락해 준 하늘에게도요. 황룡동굴에 가기 전 버스 정류장서 기다리는 동안 바닥에 떨어진 캔뚜껑에 ‘谢谢‘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 우연은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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