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러자고 온 게 아닌데 제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으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예측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이 기회에 여행 다니거나 골프 치고 하겠지만, 예측도 불가능했습니다. 하필 이 타이밍에 비자 갱신해야 해서 연휴에 한국도 다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놔….

중국에 온 지 어느덧 18개월을 넘었습니다. 작년 12월 갑자기 모든 방역 조치가 없어졌고 거짓말처럼 12월 한 달 동안 저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습니다. 저도 만만하게 봤다가 감염 한 달이 넘어가면서 이제 겨우 정상이 되었습니다.

2021년 7월 19일 상하이 푸동 공항에 내릴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제 상황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주로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인해서 쌓아가던 탑들이 계속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말도 안 통하고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오롯이 제 스스로 이 일들을 감당하자니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래도 스스로 위로합니다. 이런 일들을 겪었으니 적어도 성형외과 의사 중에서는 중국을 제일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여깁니다. 여전히 중국에서 듣보잡일 뿐인 저이지만 (사실 이게 제일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이런 경험으로 지금 상황을 돌파해야죠.

오늘에서야 잔기침이 좀 줄어 들어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저는 현재 상하이의 남쪽인 펑시엔구 지역에 있습니다. 이 곳은 일산 같습니다. Bed town 같고, ‘上海之鱼‘라는 호수공원이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지도로 보면 이 인공호수가 물고기 모양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곳곳의 물고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보노라니 한국의 붕어빵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오랜 중국생활에서, 자주 생각나는 한국 음식은 어머니가 유일하게 잘 하시던 음식인 김밥과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 오뎅 입니다. 메이퇀으로 김밥도 오뎅도 주문할 수 있지만 붕어빵은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언젠간 붕어빵틀을 구해서 이 곳에서 해 먹어 봐야겠습니다. 상하이엔 고층빌딩이 즐비한 푸동신구에 멋진 호텔이 많지만, 이 곳 上海之鱼 에도 고가의 JW marriott 호텔이 있습니다. 변두리인 이 곳에 1박에 50만원이나 하는 호텔이라니 좀 쌩뚱맞지만 오롯이 휴식을 취하기엔 좋은 환경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돌파한 후 붕어빵틀로 붕어빵을 해 먹고 이 곳에서 1박을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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